"주변서 다 말렸을 정도"…끝내 美서 돌풍 일으킨 한국 회사 [안대규의 히든챔피언]

입력 2022-06-05 14:48   수정 2022-06-05 16:54


세계 유일한 수처리 기술로 미국 내 하수처리장 개선 사업 수주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 중소기업이 있다. 국내 대표 수처리기업 부강테크는 미국내에서만 3000억원의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독자적인 바이오필터와 바이오가스 생산기술 등을 갖췄기 때문이다. 특히 하수처리장내 데이터센터를 짓는 사업 모델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버릴 것 없는 가축분뇨, 음식물쓰레기...바이오가스로
우리나라엔 소 돼지 등을 통해 연간 5600만t의 가축분뇨가 발생하며 음식물쓰레기는 연 500만t, 하수슬러지는 연 400만t이 나온다. 이들 유기성 폐기물은 육식 소비와 음식물쓰레기 증가로 전세계적으로 발생량이 늘고 있다. 때문에 유기성폐기물 처리 등을 위한 수처리 관련 세계 시장은 2020년 940조원에서 2025년 10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유기성폐기물 가운데 일부는 가축 사료나 퇴비로 재활용되고 있다. 유해물질과 염분을 제거한 후 건조해서 분말가루로 만들면 돼지 등 가축 사료로 재활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매립되거나 소각돼 심각한 환경 문제로 대두됐다. 매립의 경우 침출수와 부지 부족 문제가 있고 소각의 경우 탄소배출이라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엔 선박에 실어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해양에 버리는 것이 관례였지만 2012년 이후 런던 협약에 따라 금지됐다. 최근엔 유기성폐기물로부터 바이오가스를 추출해 에너지로 재활용하는 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 유기성폐기물이 부패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가스를 정제하면 열병합발전이나 난방·주방용으로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5년 설립된 부강테크는 가축분뇨 처리기업으로 출발해 현재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유기성폐기물 처리에 필요한 바이오가스생산, 슬러지감량, 고농도 질소 폐수처리 등 3대 기술을 모두 보유한 세계 유일한 기업이다. 전세계 수처리기업 대부분은 3가지 기술 가운데 일부만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가 세 가지 기술을 통합 적용할 경우 가축분뇨, 하수슬러지, 음식물쓰레기 등이 모두 한 장소에서 처리가 가능해져 기존 기술 대비 바이오가스 생산량은 40% 증가하고, 전력 등 비용은 50% 절감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역시 과거엔 하수슬러지 처리시설, 가축분뇨 처리시설,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 등을 따로 발주했지만 통합 처리의 장점이 명백해지면서 통합 발주하는 추세다.
미생물에서 답 찾은 부강테크...바이오가스 생산량 40%증가
먼저 유기성폐기물이 이 회사의 설비내 소화조로 들어오면 산소가 차단된 채 적정 온도와 산성도(pH) 속에서 상하좌우 교반(섞어주는)작업을 통해 발효되며 바이오가스를 배출한다. 이 회사가 특허를 취득한 바이오가스 생산기술(혐기성소화기술)이다. 경남 밀양·김해시, 경북 성주군, 강원 화천군 등에서 이 기술이 실제로 적용됐다. 부강테크 관계자는 "온도와 산성도, 교반작업 등을 통해 미생물 활동이 극대화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핵심 기술"이라며 "고난이도 기술을 요하는 작업이라 선진국에선 대부분 석·박사급 인재가 이 작업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유기성폐기물을 섞을 때 고온·고압을 가하면 바이오가스 생산량이 최대 40%증가하고 최종적으로 남게되는 슬러지는 85~90%가량 줄어든다. 여기엔 이 회사만의 특허 기술인 슬러지감량기술(열가수분해기술)이 적용된다. 마지막으로 폐수내 고농도 질소를 제거하는 것도 환경보호를 위해 필수적인 작업이다. 보통 비싼 비용을 들여 산소와 메탄올을 투입해야만 가능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많은 비용 투입없이 자체 배양 중인 미생물을 투입해 이들이 알아서 질소를 잡아먹는 고농도 질소 폐수처리 기술인 '아나목스'를 개발했다. 부강테크는 경쟁력의 근원인 이 미생물을 하루 600t가량 처리 가능한 대량배양시설을 갖췄다. 오는 11월 가동하는 부산 녹산하수처리장에도 적용돼 곧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부산시는 이 기술을 통해 전력비 55%, 약품비 97%, 슬러지 처리비 88% 등 연간 1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게 된다.


국내 한 대형건설사의 경우 막대한 질소 처리 비용 때문에 포천지역 유기성 폐기물 처리시설(포천 바이오가스 제1플랜트) 운영을 포기하자 이 회사가 이를 인수하기도 했다. 아나목스 기술로 부강테크는 2020년 특허청으로부터 그 해 우리나라 특허기술대상인 '세종대왕상'을 수상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자사 공장내 질소 제거용으로 이 기술를 접목하기위한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과거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대규모 하수처리장 사업을 발주하면 각기 다른 회사가 함께 협업해야하는 구조여서 설계와 설치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설비 호환에도 문제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부강테크는 세 가지 기술을 모두 가지고 있어 이런 불편이 없다. 이 회사는 2027년 준공 예정인 대전하수처리장 이전 사업에 이 세 가지 기술을 세계 처음으로 동시에 적용할 예정이다. 최근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6개월에서 1년 가까이 걸리던 수처리 설계를 단 하루 만에 완성하는 자동설계 소프트웨어도 개발해 특허를 냈다. 김동우 부강테크 미국법인 대표는 "이 세 가지 기술로 막대한 하수처리장 운영비용을 '0원'이 되도록 하는 '에너지 중립'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하수로 데이터센터 '열'식히고 미생물키워 정화력높이고
이 회사가 가진 또다른 기술력의 핵심은 '바이오필터'를 통한 부지 집약 기술(프로테우스)이다. 작년 글로벌 수처리 전문지인 GWI에서 아나목스와 함께 세계 10대 기술로 선정했다.

하수처리 공정은 보통 2~3시간에 걸쳐 찌꺼기를 가라앉히는 1차 침전 절차를 거친다. 이러한 중력식 1차 침전에는 전체 하수처리장 부지의 30~40%가량이 소요된다. 이 회사가 독자 개발한 초소형 십자형 바이오필터를 이용하면 2시간 이상 걸리던 1차 처리 시간을 15분으로 단축시키고 기존 부지를 80% 줄일 수 있다. 더구나 최근 가격이 급상승한 약품을 전혀 쓰지 않으면서 평균 60%에 머물던 찌꺼기 분리율을 80%까지 끌어 올려 미국에서 독보적인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이렇게 아끼게 된 1차 침전 부지에 데이터센터를 지어 환경도 살리고 에너지도 아끼는 기술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하수를 냉각수로 사용하고 뜨거워진 하수로 바이오필터내 미생물을 키워 정화력을 더 높이게 된 것이다. 부강테크는 2018년 준공된 서울 중랑물재생센터에서 1처리장을 완전 지하화하는 데 이 기술을 적용했다. 지난 3월엔 삼성물산과 업무협약을 맺고 하수처리장내 데이터센터 설치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기업들도 하수처리장을 활용한 데이터센터 건립과 관련해 논의를 시작하는 등 관심을 보여 앞으로 성장세는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이 회사는 먼저 내달 수 백억원 규모의 밀워키 하수처리장 개선사업 수주를 앞두고 있다. 미국 물위원회(TWC)가 주관한 하수 혁신기술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잡은 기회를 잘 살린 결과다. 이는 아시아 기업으로는 첫 번째 미국 하수처리장 개선사업 실적이 될 전망이다. 또 미국 캘리포니아주, 하와이주, 코네티컷주 등의 10개 도시에선 이미 기술심사를 통과해 수주를 목전에 둔 상태다. 미국내 지자체에서 사업 제안서를 내달라고 요청해 수주가 유력한 사업만 6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수주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예상 수주규모는 연매출(400억원)의 4배가 넘는 178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경쟁사 중국 동남아 진출때 과감하게 미국서 승부수
미국에서 연이은 승전보를 울리게 되기까지 이 회사의 창업주인 김동우 미국법인 대표의 역할이 컸다. 세계적 회계·컨설팅 그룹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공인회계사 출신인 김 대표는 1995년 장기적으로 인류에 기여할 사업을 찾던 도중 '수처리'분야에 도전하기로 하고 가축분뇨시장부터 뚫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경쟁사들은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진출했지만 그는 "세계 최고 시장을 뚫어보자"며 2008년 미국시장에 진출했다. 이미 150여년전부터 하수처리장을 짓기 시작한 미국은 이미 프랑스 독일 등의 세계 최고 수처리기업들이 진출한 세계 최대 시장이었다. "주변에서 '어떻게 환경 후진국이 선진국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냐'며 말렸다"고 그는 당시를 회상했다.

미국 사업에 회사의 명운을 걸기로한 그는 부강테크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 미국법인 대표로 옮기며 스스로 퇴로도 끊어버렸다. 그는 "세계 환경기업들의 격전지인 미국에서 우리 제품을 쓴다는 것이 인정돼 전세계 수출도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세계 환경 기술에 기여한 공로로 그는 지난해 'UN 글로벌 지속가능 리더100'에 선정됐고 이 회사 역시 'UN 지속가능성지수 최우수그룹'으로 3년 연속 선정됐다.


이 회사는 2016년 문을 닫을 뻔한 위기를 겪기도 했다. GS건설에 납품하기로 했던 중랑물재생센터용 바이오필터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일부 품질의 문제였지만 이 회사는 당시 납품한 전량(300억원 규모)을 교체해주기로 했다. 당시 연매출보다 많은 돈을 물어줘야 했던 것. 바이오필터가 당시 축구장 6개 크기의 지하 공간에 쌓여있어 굴삭기 작업이 불가능해지자 전 직원이 삽을 들고 여름철내내 옮기는 작업을 해야했다. 김 대표는 당시 GS건설측에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읍소했고 결국 이 중소기업을 믿고 기다려준 GS건설의 지원 하에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됐다. 결국 엄청난 고난이 세계 최고의 바이오필터 기술인 프로테우스를 낳은 원동력이 됐다. 그는 "당시 비장함을 잊지말자는 의미에서 대전 본사 사옥 1층엔 당시 힘들게 삽질을 하는 직원들의 사진을 걸어놨다"며 "어떠한 기술도 공짜로 개발되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현재 이 회사는 GS건설과 수처리분야에서 협력하는 상생 관계가 됐다. GS건설측에서 먼저 투자를 제의해 현재 지분 29%를 확보해 2대 주주가 됐다.

이 회사는 국내 한 대기업으로부터 하반기 수백억원 규모의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의 폐수처리 설비를 수주할 전망이다. 기존 사업영역을 유기성폐기물 처리에서 점차 확장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회사 직원의 60%가 석·박사급인 이 회사는 매년 매출의 20%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등 기술경쟁력을 경영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 사내 직급도 없애 보통 직원들은 김 대표를 "김 선배"라고 부른다. 현재 대표이사는 이 회사 '1호 사원'인 최문진 대표가 맡고 있다. 김 대표의 목표는 2028년 세계 1위 수처리회사가 되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수처리업계의 선두기업은 매출이나 종업원수 등 사이즈가 아닌 그 회사가 사회에 미치는 임팩트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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